2017년 6월 15일 목요일

허정무 부인 최미나 남편 비례대표


지난 2010년 8월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이룬 허정무 감독(55)이 연임 포기 기자회견을 하러 서울 방배동 집을 떠난 2일 아침, 허 감독의 부인 최미나씨에게 전화를 걸었다. 허 감독은 며칠 전 식사를 겸한 가족회의를 거쳐 한국 A대표팀 감독을 그만하는 쪽으로 심경을 정리했습니다!



16강의 대업을 이루고 온 대표팀 사령탑이 스스로 감독직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뭘까. 가족회의에선 무슨 얘기가 오간 걸까. 부인 최씨는 허 감독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묻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. 최씨는 "두 딸과 사위 모든 가족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.


감독님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"면서 "16강을 이뤘는데 즐거운 지를 모르겠다. 16강을 이뤘는데도 네티즌들이 그만두라고 쓴 댓글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. 남편이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할 때까지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쉬었으면 한다. 하지만 축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"고 말했습니다.

최씨의 목소리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대변하는 듯 무척 가늘고 약했다. 10여분 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기어들어가는 최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수화기에 밀착해야 했다. 한국인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명장의 부인에게서 기대했던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.

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뒤 사죄 기자회견장에 남편을 떠나 보낸 사람처럼 약해 보였다. 최씨는 인터뷰 내내 허 감독을 '감독님'과 '아빠' '남편'으로 다르게 불렀다. 극심한 마음 고생의 와중에도 가족들에게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잘 버티면서 16강을 달성한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났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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